국제사회가 정한 인권의 원칙 중에 ‘퇴행적 조치의 금지’란 게 있다. 주로 사회권 분야에서 얘기되는 원칙인데 현재 보장되는 권리의 수준을 감소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뒷걸음치는 조치를 채택하는 것은 국가의 직접행위 또는 개입에 의한 인권침해가 된다는 것이다. 먹는 것, 일하는 것, 공부하는 것, 언론 활동을 하는 것 등에서 퇴행적 조치가 범람하여 홍수가 날 지경이다. 즉 국가의 직접행위에 의한 인권침해가 도가 넘어섰다는 말이다.

사방에서 인권이 뒷걸음치는 소리에 통증을 느끼는 때에 더 이상 뒷걸음쳐서는 안 된다는 외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국선언이란 이름으로 말이다. 표현한다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기본역량이자 인권 중의 인권이다. 소리와 말을 구분하는 것은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흔한 잣대이다. 그런데 현 정권은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곧 인간의 역량을 포기하고 말 못하던 때로 퇴행하라는 말이다. 퇴행이 아니라 전진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표현의 자유에서 전진이란 무엇일까? 지식인이나 전문인 또는 그럴만한 경제적․문화적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 누구나 표현의 수단에 접근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차별이나 증오에 찬 시선에 주눅 들지 않고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것, 사회 속에서 그 소리가 무시당하고 청취되지 않는 개인 또는 집단이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 그로 인해 일부 개인이나 집단의 독주가 아니라 다양한 소리가 합창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오늘날 표현의 자유의 과제인데, 정권의 억압과 선전선동의 적나라한 노출에 맞서야 하는 것은 서글픈 퇴행의 과제이다.

오늘 읽어볼 인권문헌은 표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캄덴 원칙이다. ‘표현의 자유’와 ‘평등’이 나란히 자리한 것이 이 원칙의 핵심이다. 이 원칙은 2008년 12월과 2009년 2월 두 차례 런던에서 열린 논의의 결과이다. 국제인권법 전문가와 유엔 관계자, 시민단체가 함께 자리해 표현의 자유에 관한 국제인권기준의 진보적 해석을 고민한 결과이다. 이들의 고민의 핵심은 그동안 표현의 자유와 평등간의 긴장관계에만 지나치게 주목해왔다는 점이다. 흔히 표현의 자유와 평등은 서로 반대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 원칙은 둘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주장하며 인간존엄성의 보장과 확보에 이 둘이 보충적이며 필수적인 기여를 한다는 점, 따라서 둘 간의 관계가 인권의 불가분성의 핵심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위 사진:캄덴 원칙이 소개된 홈페이지 www.article19.org

이 원칙의 서문에 담긴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표현의 자유의 실현은 다양한 견해에 목소리를 주고, 특정한 목소리에 대한 배제로 귀결되는 불평등은 이를 훼손한다. 모든 사람의 목소리가 청취될 권리, 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평등에서 중요하다. 공적인 참여가 부정당하고, 자신들의 목소리, 문제, 경험, 관심이 안 보이는 것으로 치부될 때 사람들은 편견, 맹신, 소외에 취약하게 된다.

표현의 자유와 평등에 대한 존중은 민주주의와 국제평화와 안보 증진에 기여한다. 반테러리즘과 이주 영역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조치들은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찍기를 낳았다. 이 원칙은 안보를 위해 인권이 타협될 수 있다는 견해를 거부하며 대신에, 인권존중이 진정한 안보를 성취하는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이 원칙은 국가의 의무를 강조한다.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할 것, 표현의 자유와 평등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 것 등이다. 이와 동시에 우려하는 점은 국가의 역할이 가져올 남용의 잠재성이다. 강력한 민주주의만이 남용을 방지하고 이 원칙이 추구하는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 더불어 언론 독점을 우려한다. 미디어의 다양성이 미디어 소유권의 집중과 여타의 시장의 실패로 위협받고 있다.

다양성의 존중을 강조하지만 이 원칙은 ‘증오 발언’에 대해서는 제한을 요구한다. 하지만 이는 신중하게 사례별로 접근되어야 하며, 개인과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이용돼야 한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캄덴 원칙

I. (앞에 서술했으므로 생략)

II. 청취될 권리와 말할 권리

원칙 5: 다원주의와 평등을 위한 공공정책 틀
5.1. 모든 국가는 뉴미디어를 포함하여 미디어를 위한 적절한 공공정책과 조절 틀을 가져야 한다. 이는 다음 원칙에 따라 다원성과 평등을 증진한다.
ⅰ. 조절 틀은 기본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즉, 미디어에 대한 어떠한 규제이든 그 수행주체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이며, 공적으로 책임지며, 투명하게 작동하는 기구만이 될 수 있다.
ⅱ. 조절 틀은 다양한 사회가 국경과 무관하게 다른 사회가 생산한 콘텐츠를 받을 뿐 아니라 자기 사회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을 위한 미디어와 정보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증진해야 한다.

5.2. 조절 틀은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조치를 통해 수행돼야 한다.
ⅰ. 전화, 인터넷, 전기를 포함하여 통신수단과 미디어 서비스 수신 수단에 대한 보편적이고 비용을 감당할만한 접근성을 증진하기
ⅱ.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송출 및 여타의 통신 체제와 관련해 어떠한 차별도 없도록 보장하기
ⅲ. 전체 대중이 다양한 방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통신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송국에 충분한 ‘공간’을 할당하기
ⅳ. 사회속의 충분한 범주의 문화와 지역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방송횟수를 포함하여 상업 및 지역 미디어에 자원을 평등하게 할당하기
ⅴ. 미디어 조절 기구들이 전체로서의 사회를 광범위하게 반영할 것을 요청하기
ⅵ. 미디어 소유권의 부당한 집중을 막기 위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조치 취하기
ⅶ. 믿을만하고 다원적이며 때에 맞는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제공하며 다양성 또는 다양한 공동체간의 대화 증진에 중대한 기여를 하는 내용을 생산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이건 기타 형태의 지원이건 독립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그리고 객관적인 기준에 근거해 공적 지원을 제공하기.
5.3.
ⅲ. 취약하고 배제된 집단에게 훈련 기회를 포함하여 미디어 자원에 대한 평등한 접근을 보장하기.
5.4. 미디어의 공공 서비스 가치가 보호되고 강화돼야만 한다. 이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다원주의와 표현의 자유 및 평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가 통제적인 미디어 시스템의 변형을 통해 그리고 기존 공공 서비스 미디어에 대한 적절한 재정 보장을 통해서이다.

원칙 6. 매스 미디어의 역할
6.1. 모든 매스 미디어는 도덕적 및 사회적 책임으로서 다음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ⅰ. 매스미디어의 종사자가 다양하며 전체로서의 사회를 표현하는 것을 보장하기
ⅱ. 사회의 모든 집단과 관계된 문제를 최대한 다루기
ⅲ. 독점적인 블록으로서의 집단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 내에서 다양한 원천과 목소리를 찾기
ⅳ. 직업적 및 윤리적 기준으로서 인정된 것을 충족시키는 높은 수준의 정보 제공을 고수하기

원칙 7. 정정과 항변의 권리
7.1. 평등권과 비차별, 그리고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보장하기 위해 정정과 항변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7.2. 정정 또는 항변의 권리를 행사했다하여 다른 구제책이 소멸돼서는 안 된다.
7.3. 정정과 항변의 권리는 자율적인 규제 시스템을 통해 가장 잘 보호된다. 효과적인 자율적 규제 시스템이 있을 때는 어떠한 강제적인 정정 또는 항변권이 부과돼서는 안 된다.
7.4. 정정권이란 매스 미디어가 이전에 부정확한 정보를 출판 또는 방송했을 때 정정을 출판 또는 방송할 것을 요구할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준다.
7.5. 항변권이란 부정확하거나 오해하게 만드는 사실을 미디어로 발표함으로써 그 사람의 인정된 권리를 침해했을 때 그리고 정정이 그 잘못을 보상할 것을 합리적으로 기대하지 못할 때 그 사람의 항변을 매스 미디어 발표를 통해 유포할 권리를 모든 사람에게 준다.

III. 문화 간 이해의 증진

원칙 8. 국가의 책임
8.1. 차별을 조장하거나 평등과 문화 간 이해를 해치는 말을 최대한 삼갈 수 있도록 국가는 장관을 포함하여 모든 수준의 공직자에게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공직자에게 이 점은 공식적 행위 규범 또는 고용규칙에 반영돼야 한다.
8.2. 개인과 집단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나 차별과 싸우고 문화간 이해와 평가를 증진하기 위하여 국가는 광범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기에는 교사에게 인권의 가치와 원칙에 관한 훈련을 제공하는 것, 모든 연령의 학생에 대해 학교 교과과정의 일환으로 문화 간 이해를 강화하는 것이 포함된다. (…)

IV. 표현의 자유와 증오발언(harmful speech)

원칙 12. 증오 선동
12.1. 모든 국가는 차별과 적대감 또는 폭력 선동(증오발언)을 구성하는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증오에 대한 옹호를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해야 한다. 법률 체계는 다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ⅰ. ‘증오’또는 ‘적대감’이란 용어는 표적 집단을 향한 격렬하고 무분별한 치욕, 적의, 혐오를 말한다.
ⅱ. ‘옹호’란 용어는 표적 집단을 향한 증오를 공공연하게 조장하려는 의도를 요건으로 하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ⅲ. ‘선동’이란 용어는 표적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을 향한 차별, 적대 또는 폭력의 촉박한 위험을 만들어내는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에 대한 표현을 말한다.
(…)

12.3. 국가는 원칙 12.1에서 정의한 증오 발언을 구성하지 않는다면, 특정한 사상, 신념 또는 이데올로기, 또는 종교 또는 종교 제도를 겨냥한 비판 또는 그에 대한 토론을 금지해서는 안된다.

(이 원칙의 원문은 www.article19.org 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