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손’과 인권

조대환

‘보이지 않는 손’이 세상을 자유케 하리라는 명제는 근대 이후 아주 잠시 동안만을 제외하고는 그 능력을 의심받은 적이 없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손이 능력을 증명한 사례가 사실상 없다는 현실을 보지 못한다. 그 결과가 가져온 것은 무한 경쟁으로 인한 인권 상실이다. 절대빈곤, 노동착취, 자치와 공동체의 파괴일 게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담론은, 시장을 넘어서 사회체제 전반을 지배 한다. 이 자유를 신봉하는 세력은, 거래의 자유, 사유재산의 자유를 넘어서, 정치체제는 물론이고 교육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자유주의로 지배하려 한다.

우리는 자유주의 속에서 등록금 결정도 시장과 대학의 몫이라는 주장을 들었다. 비리 사학을 제제하고 관선이사를 파견하는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이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는 주장은 뻔뻔하다 못해 사뭇 당당하다. 결과적으로 고액 등록금은 수많은 가정에 파탄을 가져왔다. 등록금 채무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급증 하고, 자살하는 학생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손은 여전히 높은 등록금에 해당하는, 연봉도, 미래도, 꿈도, 행복도 “조정”해 주지 않는다. “그”에 의한 균형은 잡힐 기미가 없다. 오히려 청년실업, 신규취업자의 비정규직화와 같은 현상을 받아들이게 할뿐!

건설자본의 자유를 위해 주민들이 쫓겨났다. 자신들의 주거권을 주장한 주민들은, 건전한(?) 주택건설 시장을 방해한 도심 테러리스트가 될 때도 시장의 자유는 아무 것도 조정 해주지도, 보호해 주지도 못했다. ‘도가니’ 문제도 마찬가지일 게다. ‘도가니’ 문제에서 여러 사실들과 함께,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사회복지 법인마저도 개인 재산으로 간주해,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구조! 이 문제도 피해갈 수 없는 핵심임에 분명하다.

또한 보이지 않는 손은 그 조건만 갖춰주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실업, 경제 불안 불평등, 경제발전 문제 등은 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방해 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완전하게 조정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손’ 스스로 자기 자신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경제학자, 지배자들이 보이지 않는 손을 작동시켜주기 위해서, 규제를 제거하고, 노조를 제거하고, 인권을 억압하고, 여성을 배제하고, 장애인을 소외시켰다. 심지어 국권을 침해하기도 하였다. 한미FTA 협정의 독소조항들은 한국법과 정책이 부당하게 침해당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학교급식을 위한 안전한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구비하는 조례가 WTO 위반사항이 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장 스스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그래야 시장이 완벽해지고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지만 여전히 경제는 어렵고, 사람들은 빈곤하며, 고통스럽다.

그리고 이런 정책을 결정한 자들은 항상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설명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음을 강조한다.

심지어 한국의 자유기업원이나 단국대 박동운 교수 같은 사람은 경제자유가 높은 나라일 수록 잘 살고, 경제자유가 낮은 나라일수록 못산다고 주장한다. 경제자유가 높은 나라들과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일치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로 홍콩, 싱가폴, 미국 등이 제시되지만 이 나라들은 빈부격차가 극심한 순위와 일치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 빈부격차 해소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은 이제 실물경제를 넘어서 금융부문에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금융의 자유화가 그 국가의 시장 자유화의 척도인 셈이다. 금융 개방이 화두가 되었고, 주식 금융시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돈이 오고 간다. 하루 아침에 누군가 큰 부자가 되기도 하고, 한 순간에 수조원이 증발되어 버리기도 한다.

계속해서 원하는 자유를 주었건만, 우리에게 돌아 온 것은 없다. 자유를 만끽하는 금융시장에서 움직이는 돈은 우리가 만질 수없는 돈들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자기들만의 화려 증식과 증발, 폭등과 폭락 앞에 우리는 가슴 조려야하고, 그 결과에 고통 받아야 한다.

미국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무한한 자유, 보이지 않는 손이 가져다 줄 것이 이제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의 재산과 권리를 보이지 않게 가져간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을 묶을 자유에서 인권이 지켜지는 대안 사회의 첫 단추를 맞춰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과 착취의 자유를 멈추기 위한 목소리에 관심 갖고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