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원정을 위해 산을 넘자며 힘들게 산꼭대기로 사람들을 이끌고 간 나폴레옹이 "이 산이 아닌가벼", "저 산이여" 라는 말을 반복하여 허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무리 중의 한 명이 "저이는 나폴레옹이 아닌가벼"라고 하는 것이 이 우스갯소리의 절정이다. 글로 쓰니 별로 우습지도 않은 이런 얘기를 늘어 놓은 이유는 만약 "이 산이 아닌가벼", "저이는 나폴레옹이 아닌가벼"라는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목적지에 아예 갈 수 없거나 목적지가 아닌 곳을 그 목적지로 착각하거나 그런 것으로 속을 것이다.

일정한 결과를 미리 정해 놓고 그것을 탐구하라 하는 건 자유일 수 없다. 목적지가 '자유'라면 거기에 가는 길도 수도 없이 끝도 없이 '아닌가봐'를 생각하고 내뱉을 수 있는 자유여야 한다. '아닌가봐'라는 생각을 감히 꿈이라도 꾸거나 입도 벙긋해서는 안된다고 하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을 억지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행동해야 한다면 인간의 존엄성 같은 건 포기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갖고 그것을 외적으로 표현할 자유를 갖는다는 것은 인권 중의 인권이요, 인권의 초석이다.

이런 인권과 가장 흔하고 강력한 충돌을 일으키는 것이 국가안보이다. 정부들이란 내외적으로 욕먹는 걸 싫어하고 자신만의 행동과 그에 대한 정보를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법을 잘 지키는 시민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상·양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싶어한다. 악질적인 인권침해 행위의 상당수가 이런 명분으로 저질러져 왔다. 하지만 인권이 무조건 국가안보와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안보란 오히려 자유를 통해 지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당한 국가안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정부에 대한 감시를 제대로 하려면 사상·양심·표현의 자유가 필수적이다. 가짜 국가안보에 맞서 진짜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것 자체가 여타의 인권을 누릴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국가안보의 외피를 입은 쪽이 '불순'하다고 두들겨대는 생각과 행동에 '정수'가 있을 가능성을 봉쇄한 사회는 스스로 안전판을 부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안보는 그 단어를 꺼내드는 것으로 만사형통인 카드가 아니라 그 자체가 만져보고 두드려봐야 할 탐구 대상이다. 그리고 아무 때나 꺼내들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 엄밀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서 신중하게 꺼내들어야 할 카드라야 한다.

요하네스버그 원칙은 이런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1995년 10월 1일, '19조'(Article 19;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세계인권선언 19조를 말함)라는 국제단체가 요하네스버그 인근의 위트와터라란드(Witwaterarand) 법학연구센터의 협조로 마련한 자리에 유엔, 유럽연합, 미주 및 아프리카 연합기구 등의 국가안보와 인권에 관한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국제인권법, 지역법, 각국의 법원의 판결에 반영된 기준, 국제사회에서 승인된 일반원칙들에 기초하여 이 원칙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사상·양심·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한한 최상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절한' 규정을 담았다고 국제적으로 공인된 기준이다. '이상'으로서가 아니라 이미 많은 국가들에서 '현실'의 법적 원칙으로 자리 잡은 기준이다.

여기서 기본 원칙은 "누구도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으로 인해 어떠한 강제, 불이익이나 제재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의 평화적인 행사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되며, 어떠한 규제나 형벌도 과해져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흔히들 금기시 여기는 '정부를 바꾸자는 표현, 국가나 국기를 모욕하는 표현, 징병반대, 전쟁반대' 등의 표현(원칙 7)도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아니하는 표현"이다. 이런 걸 다 제하고도 제약할 의사표현이 있다할 경우라도 정부가 지켜야 할 전제조건과 정부가 져야 할 입증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원칙 10에 따르면 제3자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국가의 의무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국가안보론을 주축으로 주류들이 맺고 있는 관계는 그런 식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권력과 돈이 단합하여 국가안보를 사상·양심·표현의 자유의 탄압에 이용한다고 하자. 아무리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지위라 할지라도 교수 연구자는 타인이 설치한 연구 교육기관에 급여를 받고 고용된 사람이다. 연구자의 사상·견해 등이 고용주인 대학이사회나 관리기관의 맘에 들지 않는다고 쉽게 해고된다면 진리 탐구에 종사할 수 없다. 연구가 나홀로 공부가 아니라 엄청난 자원이 요구되는 오늘날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일이다. 권력과 재력에 의해 압박을 받아 대학에서의 진리탐구가 답답한 상태에 빠지면, 사회에서의 일반 시민이 갖는 비판의 자유, 기성관념에 도전할 자유 또한 치명적 타격을 입고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은 특권에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일반시민의 자유의 존립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위해 투쟁할 의무를 져야 하는 곳이다. 대학은 이미 권력과 부로 가는 길이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갖고 있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걸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한 지금, 오히려 구시대적인 통제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행사한다면 인류의 소중한 인권옹호라는 대의에서 대학이 수행할 의무를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일반적인 정서에 기초하여 국가안보는 현실에서 힘센 쪽을 정의로 둔갑시킨다. 싫어할 자유조차 사상·양심·표현의 자유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왜 모르는 것일까? 내가 싫어하는 생각과 표현을 억압하기 위해 국가안보가 설쳐대는 것을 방치할 때 내가 좋아하는 그것도 동시에 억압받는다는 것을 알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만들어져야 하는 걸까? [류은숙] <2006년 2월 9일 인권하루소식 제2988호>

국가안보와 표현의 자유 및 정보접근에 관한 요하네스버그 원칙
(THE JOHANNESBURG PRINCIPLES ON NATIONAL SECURITY FREEDOM OF EXPRESSION AND ACCESS TO INFORMATION)
(전략)

Ⅰ. 총칙(General Principles)


원칙 1:

⒜ 모든 사람은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권리를 보유한다.

⒝ 모든 사람은 모든 종류의 정보와 생각을 각자의 선택에 따라 말, 문서, 인쇄물, 예술형식 또는 어떠한 매체의 형식으로든지 국경을 넘어 추구하고 수용하고 전달할 표현의 자유를 가진다.

⒞ ⒝항에 제시된 권리의 실현은 국제법에 확립된 바와 같이 국가안전보장을 포함한 특별한 근거에 기해 규제될 수 있다.

⒟ 국가안보를 이유로 하는 표현과 정보의 자유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정부가 그 규제가 실정법에 명문화되어 있고 민주사회에서 정당한 국가안보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가해질 수 없다. 규제의 유효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정부에 있다.


원칙 1.1 : 법적 명문화(Prescribed by law)

⒜ 표현과 정보에 관한 모든 규제는 법에 명문화되어 있어야 한다.

⒝ 규제의 타당성에 대한 독립된 법원 또는 심판기관에 의한 신속하고 전면적이며 효과적인 사법적 심사를 포함하여 규제의 남용에 대한 충분한 법적 방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원칙 1.2 정당한 국가안보이익의 보장(Protection of Legitimate National Security Interest)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고자 하는 표현과 정보에 대한 모든 규제는 정당한 국가안보이익보장에의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있어야 한다.



원칙 1.3 민주사회에서의 필요성(Necessary in a democratic society)

표현 또는 정보의 자유에 대해 정당한 국가안보이익보장에 필요한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다음을 제시해야 한다:

⒜ 특정사안에 대한 표현이나 정보가 정당한 국가안보에 심각한 침해를 가져올 것;

⒝ 부과된 규제가 국가안보이익보장을 위해 가능한 최소한의 제한수단일 것; 그리고

⒞ 규제가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될 것,


원칙 2: 정당한 국가안보이익(Legitimate National Security Interest)

⒜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규제는 그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무력사용 또는 위협에 맞서 국가의 존립과 영역적 통합성을 보장하기 위함이거나, 외적으로는 군사적 위협이나 내부적으로는 폭력적 정부전복에의 선동과 같은 위협 또는 무력사용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능력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 외에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

⒝ 특히 국가안보를 이유로 정당화하려는 규제는 그 순수한 의도와 명시적 효과가, 예컨대 정치적 위기나 부정에 대한 폭로로부터 정부를 두둔하려거나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옹호하려거나, 국가공공기관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려거나,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것과 같이 국가안보와 무관한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 경우에는 정당화되지 아니한다.


원칙3: 비상사태(States of Emergency)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비상사태에, 국제법과 지역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법적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경우, 국가는 엄격하게 상황의 긴급성이 요하는 정도까지, 정부의 여타 국제법상 의무와 충돌하지 않고, 또 않는 한에서 표현과 정보의 자유에 대해 규제를 가할 수 있다.


원칙4: 차별의 금지(Prohibition of Discrimination)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안보에 근거한 표현과 정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견해, 태생, 국적, 재산, 출생 여타 지위에 근거한 차별과 관련되어서는 아니된다.


Ⅱ.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Restrictions on freedom of expression)

원칙5: 의견의 보장(Protection of Opinion)

누구도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으로 인해 어떠한 강제, 불이익이나 제재를 받아서는 아니된다.


원칙6: 폭력선동(Incitement to violence)

원칙 15와 16에 따라 다음의 경우임을 명시할 수 있을 때 정부는 표현을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서 처벌할 수 있다. 즉

⒜ 표현이 급박한 폭력을 선동할 의도인 경우

⒝ 그와 같은 폭력을 유발하리라 여겨지는 경우

⒞ 그와 같은 폭력의 발생 또는 발생조짐과 표현사이에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


원칙7: 보장되는 표현(Protected Expression)

⒜ 원칙 15와 16에 따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의 평화적인 행사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어서는 아니되며, 어떠한 규제나 형벌도 과해져서는 아니된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되지 아니하는 표현은 다음의 예를 포함하며 이에 한정되지 아니한다.

(ⅰ) 정부정책 또는 정부자체의 비폭력적 교체를 옹호하는 표현

(ⅱ) 국가, 국가의 상징, 국민, 정부, 정부기관 내지 공무원(Public Officials) 또는 외국, 외국의 상징, 국민, 정부, 정부기관 내지 공무원에 대한 비판 또는 모욕적 표현

(ⅲ) 종교, 양심 또는 신념에 따른 징병, 특정분쟁, 국제분쟁해결을 위한 무력사용 또는 무력위협에 대한 반대표현 또는 반대에 대한 옹호적 표현

(ⅳ) 국제적 인권기준 내지 국제인권법에 대한 침해주장사실의 개인청원(communicating information)에 관련된 표현

⒝ 누구도 비판이나 모욕이 폭력을 선동하려는 의도가 아닌 한, 국민, 국가 내지 국가의 상징, 정부, 정부기관이나 공무원 또는 외국국민, 외국 또는 국가의 상징, 정부, 정부기관 내지 공무원을 비판하거나 모욕했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아니한다.


원칙8: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행동의 단순한 선전(Mere Publicity of Activities that may threaten National Security)

단지 정부가 국가안보 기타 이익을 위협한 것으로 선언한 단체에 관해서 또는 그 단체에 의해 발표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이 금지되거나 처벌되어서는 아니된다.


원칙9: 소수언어 내지 기타언어의 사용(Use of Minority or Other Language)

문서에 의한 표현 내지 말에 의한 표현이 결코 특정언어, 특히 소수민족언어라는 이유만으로 금지되어서는 아니된다.


원칙10: 표현에 대한 제삼자의 부당한 침해(Unlawful Interference with Expression by third Parties)

정부는 정부나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적 표현일지라도 사적 단체나 개인이 표현의 자유의 평화적인 행사를 불법적으로 방해하지 못하도록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특히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부인하기 위한 불법적 행동을 규제하고 이에 책임있는 자를 수사하고 사법처리할 의무가 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