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주] 극빈과 인권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이 올해 8월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발췌 소개한다. 이 보고서에서 특별보고관은 빈민을 처벌하고 분리하고 통제하는 법과 규제와 관행들을 분석한다. 이런 조치들은 지난 삼십여 년 동안 증가해왔고 경제 위기 때문에 최근 몇 년간 강화되고 있다. 빈민을 범죄시하고 처벌하는 국가와 사회세력의 방식은 상호연결된 다차원적인 것이다. 특별보고관은 이런 방식을 크게 네 가지로 분석한다. a) 빈민이 공적 공간에서 생계유지행위를 하는 걸 부당하게 제한하는 법과 규제와 관행, b) 공적 공간의 고급주택화와 민영화와 관련된 도시계획 규제와 조치들, c) 빈민의 자율성, 프라이버시 및 가족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공적 서비스와 사회복지급부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조건의 강화, d) 빈민의 자유와 개인적 안전을 위협하는 구금과 투옥을 과도하고 자의적으로 이용. 보고서의 원문은 http://www.ohchr.org/Documents/Issues/Poverty/A.66.265.pdf에서 볼 수 있다.


I. 도입

이 보고서에서 “형벌화 조치”란 빈민을 처벌하고 분리하고 통제하며 빈민의 자율성을 해치는 정책, 법 및 행정 규제를 언급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다.

II. 빈곤의 현실: 낙인찍기, 차별, 형벌, 배제

형벌화 정책은 빈곤하고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현실에 대한 심각한 오해와 그들이 고통 받고 있는 광범위한 차별과 그로 인해 상호 재강화되는 불이익에 대한 무지를 반영한다.

형벌화 조치는 빈민이 게으르고 무책임하며 자녀들의 건강과 교육에 무관심하며 부정직하고 가치 없으며 심지어 범죄자라는 차별적인 편견에 따른 것이다. 빈민은 스스로의 불운을 자초한 이들로 그려지며 단지 “열심히 노력”함으로써 상황을 치유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런 편견과 선입견은 편향되고 선정주의적인 언론 보도를 통해 강화된다. 그런 언론들은 홀어머니, 인종적 소수자, 이주자 등 복합적인 차별형태의 피해자들을 특히 표적으로 삼는다. 이런 태도들은 아주 뿌리 깊어서 정책입안가들로 하여금 빈민이 빈곤상황을 극복할 수 없도록 저해하는 구조적 요인들을 다루지 않게 한다.

차별과 낙인의 결과로 빈민은 공공당국에 대한 공포와 심지어 적개심을 갖게 되며 빈민을 원조해야 하는 제도들에 대해 거의 신뢰를 가질 수가 없다. 흔히 정책입안가, 공무원, 사회복지사, 법집행공무원, 교사와 보건 종사자들은 빈민을 불신하거나 생색내는 태도로 다루며 빈민 스스로의 생활증진 노력을 무시하고 지원하지 않는다.

낙인과 편견적 태도는 수치감을 양산하고 빈민으로 하여금 공무원에게 접촉하는 걸 꺼리게 만들고 필요로 하는 지원을 구하지 않도록 만든다. 사회가 낙인을 찍은 서비스에 접근하여 더 큰 사회적 차별에 노출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에 빈민은 식권, 보조금, 공공주택, 무상보건 등에 대한 청구를 삼가게 되고 그로 인해 분리는 더 강화되고, 빈곤이 세대를 통해 재생산되는 악순환을 강화하게 된다.

III. 국제인권의 틀

국제인권체계의 핵심 요소는 비차별과 평등이다. 이들 원칙은 동등한 환경의 사람들을 법과 관행에서 동등하게 처우할 것을 요구한다. 인권법 하에서 처우에 있어서의 모든 구분이나 차이가 차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구별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당성이 있을 때는 평등 원칙과 양립가능하다. 정당한 구별은 정당한 목적을 추구해야만 하고 채택한 수단과 추구된 목표사이에 균형적인 합리적 관계가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빈민에 대한 차별적 처우(구별, 배제, 제한 또는 선호)는 인권법 하에서 정당화될 수 있도록 앞서 언급한 기준을 따라야만 한다.

이 보고서에서 검토한 형벌화 조치를 묶는 공통 요소는 그것들이 앞서 언급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형벌화 조치들은 빈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향유와 행사를 무효화하거나 손상함으로써 직간접적으로 빈민을 차별하고 있다.

IV. 인권의 향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형벌화 조치들

A. 공적 공간에서의 빈민의 행위를 제한하는 법, 규제, 관행

이들 조치들의 공통분모는 공적 공간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폐가 된다”고 간주되는 행위들을 형벌화하는 것이다. 국가는 위험하고, 공공의 안전이나 질서와 갈등하며, 그 공간이 의도한 정상적 활동들을 방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형벌화 조치를 정당화한다.

노숙인과 구걸을 불법화하고 있다. 이런 법들은 야간 구걸을 금지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구걸하는 걸 금지하거나 더 나아가 공연이나 춤, 상처나 기형적인 신체를 보이는 것 등을 금지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구걸의 현저한 수단을 전혀 보이지 않았더라도 단지 공공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법이 되기도 한다. 구걸과 배회의 금지는 평등과 비차별의 원칙에 대한 심각한 차별을 대표한다. 이런 조치들은 법집행공무원들에게 폭넓은 재량권을 줌으로써 모욕과 폭력에 대한 빈민의 취약성을 증대시킨다. 이들 조치들은 극빈의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향한 차별적인 사회적 태도의 확산에 기여할 뿐이다.

국가는 또한 공공장소에서의 취침, 앉아있기, 누워있기, 쓰레기 버리기, 소유물 보관하기, 노상 음주, 노상 배뇨, 무단횡단 등 거리 생활과 결합된 행위들을 형벌화하고 있다. 이런 조치들이 빈민만을 향한 것은 아니지만, 빈민에게 불균형하게 영향을 끼친다. 집이 없기 때문에 빈민은 일상 활동을 공공장소에 과도하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거리에서 사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들이 형벌로 제재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비록 이런 유형의 조치들이 외관적으론 중립적이지만, 연구조사들이 보여주는 바는 당국이 가난한 사람들, 특히 노숙인을 표적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점상으로 생계를 도모하는 사람들을 형벌화하는 조치가 우려된다. 많은 국가들에서 거리행상은 심각하게 제한되거나 불법이며 거리행상에게서 물건을 사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연구에 따르면 노점상은 다른 수입원이 없고, 교육수준이 낮고, 구직 기회가 없기 때문에 행상을 하게 된다. 노점상은 생계를 도모하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생계수단이다. 국가가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면 극빈자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해치게 된다. 또한 노점 시간과 구획 등을 정하는데 관계 공무원의 재량권이 크기 때문에 노점상들은 법집행공무원, 조직폭력배 등의 위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B. 도시 계획 규제와 조치들

고급주택화 정책, 사회주택의 민영화, 재개발과 토지이용제한법 등의 채택을 통한 도시 변형은 빈민을 도심지역으로부터 더 멀리 이전하게 함으로써 주거권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권리를 위협하고 있다.

도시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겠다며 국가들은 빈민을 배제하는 토지 사용, 가령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마을, 호화 고가 주택, 대규모 스포츠 시설 등에 우선권을 주는 토지이용제한법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재개발”, “역사문화유산의 보존” 등의 목적으로 마을 전체를 철거하고 거주자들을 퇴거시키고 개발프로젝트의 여지를 만든다. 그 결과로 이런 지역은 원주민이 되돌아와 살기에는 너무 비싼 곳이 되어버리고 더 싸고 더 불편하며 더 외딴 지역으로 주거를 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많은 경우 빈민들은 사전 고지 없이 강제 퇴거되며, 폭력과 소유물의 손상과 파괴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정책들은 도시의 포괄성과 다양성을 심각하게 손상할 뿐 아니라 빈민에 대한 분리와 사회적 배제를 증가시킨다. 또한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 뿐 아니라 일할 권리,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등에 심각한 장벽을 대표한다. 공적 공간으로부터의 빈민 배제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대규모 행사와 연관된 프로젝트로 인해 더 배가된다. 가령 서울에서는 2002년 월드컵 준비에 도시의 특정 장소들에서 노숙인 금지가 포함됐다. 88년 올림픽 동안에는 노숙인이 도시 외곽의 시설에 구금됐다. 이런 조치들의 실제적 효과는 빈민과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 자리를 그들이 전혀 필요로 하지 않고 접근할 수 없는 호텔, 스포츠시설, 사무실 빌딩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C. 공적 서비스와 사회복지급부에 대한 조건 강화

국가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공적 서비스와 사회복지 급부에 대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공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거나, 대상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 의존성을 피하도록 하고 일하지 않으려는 동기를 해소해 시스템 남용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 등이 그것이다. 이런 이유들에 유효한 우려가 있을지 모르나 그 영향은 흔히 추구하는 목적에 완벽하게 비례하지는 않는다. 과도한 자격요건과 조건을 부과함으로써 국가는 빈민을 처벌하고 수치감을 주며 빈민이 당면한 상황을 악화시킨다. 더욱이 공적서비스와 사회복지급부의 수혜자들은 미래에 대해 불확실한 상태이며 장기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이런 조치들은 그 효과성과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증거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낙인과 편견에 의존하고 있다. 자격요건과 조건은 흔히 강력한 가부장제적 태도로 지지되고 있다. 정책입안가들은 자신들이 빈민들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으며 빈민들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조치들은 수혜자의 자율성을 해칠 뿐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을 막는다. 수혜자를 감시하는 정책은 수혜자를 범죄자처럼 취급하며 죄책감과 분노와 수치를 느끼도록 만든다. 사회복지 급부를 운영하는데 국가들이 채택한 광범위한 통제와 감시 메커니즘은 사회복지급여 속여타기에 분명히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증거가 드러났다. 수혜자의 사기에 의한 것보다는 국가의 행정적 실수에 의한 것이 더 흔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령 수혜자가 더 많이 받았다 할지라도 그것은 대개 사기라기보다는 실수이며 사기라 해봤자 적은 돈의 생계비일 뿐이다. 하지만 정책입안가들은 복지급부사기를 만연한 문제처럼 여기며 그것과 싸우기 위해 상당한 자원을 쓴다. 세금 사기보다는 복지급부 사기를 더 강조하는 정치적 수사가 불공정하게 압도적이며, 이런 일의 비용이 국가에 더 큰 부담이 된다.

D. 과도하고 자의적인 구금과 투옥의 이용

법집행공무원들이 “빈곤”, “홈리스” 또는 “취약함”을 범죄성의 지표로 흔히 사용하기 때문에 빈민은 불공정하게 높은 빈도로 형사법체계와 맞닥뜨리게 된다. 빈민은 형사법체계 속에서 버텨내기에 상당한 장벽을 겪는다. 그 결과 불공정하게 많은 수의 빈민과 배제된 사람들이 체포, 구금, 투옥된다.

V. 결론과 권고

빈곤은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상황이며, 직간접적으로 빈민을 처벌, 분리, 통제하거나 해치는 조치들로서는 빈곤이 악화되고 만연될 뿐이다. 이런 조치들은 광범위한 인권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빈민의 능력을 크게 해치며 빈곤과 배제의 악순환을 심화하고 지속시킨다.

빈민이 처한 상황들로 인해 그들을 형벌화하기 보다는 국가는 빈민이 식량, 주거, 고용, 교육 및 보건 서비스에 접근하는데 당면한 법적, 경제적, 사회적 및 행정적 장벽을 제거하는 적극적인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희소한 자원을 비용이 많이 드는 형벌화 조치에 바치는 대신에, 국가들은 최대한의 가용자원을 빈민이 모든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시민적 및 문화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방향으로 돌려야만 한다.